
나는 “이 책 하나면 삶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라는 식의 약장수 같은 자기계발서를 매우 싫어한다. 이번에 읽은 짐 머피의 《내면 근력》이 딱 그러했다.
책은 저자의 이력으로 시작된다. 자신이 최고의 선수들을 코치하고 있으며, 그들이 자신의 방법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고 부상과 슬럼프에서 벗어났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독자에게도 세 가지 변화를 약속한다. 자신의 방법을 따르면 한계를 넘어설 수 있고, 삶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으며, 인생을 더 행복하고 충만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내면 근력은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다”라는 한계에 갇힌 사람의 잠재의식을 재설계하는 훈련이다. 결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게 해주며, 성과는 물론 삶의 질까지 근본적으로 바꿔준다고 한다.
여기까지 읽으면 누구나 혹할 법하다. 그래서 나는 이 거창한 약속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궁금해졌다. 짐 머피는 자신의 통찰에 따르면 위대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관점을 갖고 있었으며, 우리도 그들처럼 단련하면 위대한 일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작 책에는 그 관점이 어떻게 성과를 만들어 내는지, 그리고 자신의 경험이 어떻게 그 관점을 발견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힘들다. 위대한 사람들이 가진 것이니 중요하고, 우리도 그 관점을 가지면 위대해질 수 있다고 되풀이해 말할 뿐이다. 신을 믿으면 모든 것을 내려주시고 사후에는 천국에도 갈 수 있다는 달콤한 약속이 떠오른다. 짐 머피의 이 확신은 어디서 오는 걸까?
다음 장에서 그는 삶의 질이 내면, 마인드셋, 인간관계에 달렸다는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나는 이 장에서 글의 밀도가 양산형 인스타그램 정보 글보다도 낮게 느껴졌다. 이어서 성과를 내는 역량에는 자기확신, 집중력, 회복탄력성을 이야기하는데 이걸 누가 몰라서 못 하나 싶다. 독자가 혼란스러워하는 틈을 타 짐 머피는 추가로 어디서 읽어본 듯한 마인드셋들을 추가로 쏟아내기 시작한다. 우리는 그걸 몰라서 이렇게 사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존재하고, 우리는 이미 실천해보다가 무너져 봤으며, 마음먹은 대로 쉽게 되지 않았기 때문에 또 다른 방법을 찾다가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렇다면 내면 근력이라는 그럴듯한 제목을 한 이 책은 이전의 책들과 달라야 한다. 어떻게 시작하고, 무엇으로 변화를 확인하며, 잘되지 않을 때는 어떻게 극복할지를 설명해야 될 책임이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책에는 너무 많은 개념들이 무분별하게 쏟아진다. 짐 머피에게 평소에 이거 다 외우고 다니냐고 물으면, 아마 대답 대신 미간을 찌푸리며 바지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자신이 적어둔 글들을 읊으며 그것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설명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할 것 같다.
다음 장으로 넘어가니 이번에는 매슬로가 나온다. 제발 자기계발서를 쓰는 사람들이 매슬로를 조금 가만히 내버려두었으면 좋겠다. 설명이 필요할 때마다 불려 나오는 모습을 보면, 이분은 죽어서도 쉬지 못하는 것 같다.
이어 미켈란젤로가 다비드상을 조각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나는 솔직히 이 부분에서 지쳐버렸다. 짐 머피 씨, 알겠습니다. 제가 졌습니다. 내면 근력이 중요하고 수많은 위대한 사람들에게 그런 공통된 힘이 있었다고 인정하겠습니다. 그러니 이제 제가 뭘 해야 하는지 설명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러나 짐 머피는 그렇게 친절한 사람이 아니었다. 위대한 인물들의 인용은 계속 이어지고, 결국 4~5세기의 아우구스티누스 까지 언급이 되기에 이른다. 나는 유명인의 격언을 읽으려고 이 책을 고른 것이 아니다.
나는 이 문장들이 위대한 선수들의 멘탈 코치인 저자가 자신의 내면 근력 이론을 설명하는 데 어떤 개연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그가 정말 뛰어난 멘탈 코치고, 그의 내면 근력이라는 이론이 효과적이라면, 이런 인용들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책의 내용을 뒤로 갈수록 짐 머피가 독자를 초인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건 아닐까 의문이 들게 만든다. 갖추면 좋을 법한 것들을 죄다 갖다 붙이기 때문이다. 그는 탁월해야 하고, 이타심이 있어야 하며, 지혜롭고, 사랑과 용기를 가지라고 한다. 이 책을 선택한 사람들은 내면 근력이라는 왠지 실용적일 것 같은 제목과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라는 타이틀을 보고 구매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거창한 초인이 되기보다는, 연봉 협상에서 덜 위축되거나, 타인의 말에 조금 덜 휘둘리는 데 쓸 법한 방법을 기대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짐 머피 본인은 정작 그 단계에 도달했는지도 궁금하다.
책 표지에는 최고의 선수들이 매일 경전처럼 읽는 책이라는 말이 적혀 있다. 그 말은 맞는 것 같다. 이 지루한 책을 매일 경전처럼 읽어낼 수 있다면, 그 사람의 내면 근력은 이미 최고의 선수 반열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