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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고양이를 목록에서 제외해도 괜찮을까

2026. 9. 14. 04:06·First Friend

아픈 고양이를 목록에서 제외해도 괜찮을까

새로 등록된 보호소 동물들을 살펴보다 안구가 돌출된 새끼 고양이의 사진을 봤습니다. 퍼스트프렌드를 만들며 아픈 동물들의 사진을 많이 봐왔지만, 이번에는 오래 바라보기도 힘들었습니다. 입양을 알아보러 온 모든 사람에게 이 모습을 먼저 보여줘도 괜찮을지 망설여졌습니다. 이 사진을 보고 다른 동물들을 더 둘러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요.

그로 인해 입양의 기회를 놓칠 다른 동물 친구들이 마음에 걸렸고, 사진을 제외하자니 이번에는 이 고양이가 도움받을 기회를 제가 줄이는 것 같았습니다. 홈과 이상형 월드컵의 노출 기준을 정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런 도덕적 딜레마였습니다.

같은 보호소에 등록된 두 동물은 서로 다른 도움이 필요했다.

입양을 우선하는 노출 기준

퍼스트프렌드는 함께 살아갈 동물을 찾는 사람과 보호소 동물을 연결하기 위해 만든 플랫폼입니다. 치료와 후원도 중요하지만, 기본 화면에서는 입양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동물들을 충분히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일을 우선했습니다.

이 새끼 고양이를 계기로 새로운 노출 기준을 세웠습니다. 치료와 돌봄이 필요한 동물은 홈의 기본 목록과 이상형 월드컵에서 제외하되, 이용자가 직접 선택해서 찾아볼 수 있도록 분리했습니다. 입양할 동물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아픈 모습을 반복해서 마주하게 하기보다, 치료와 돌봄에 관심 있는 사람이 찾아갈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입양 외에도 이 친구들을 도울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별도의 공간에서 동물들을 소개하고, 앞으로 치료비 후원과 펀딩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설계 방향을 잡았습니다. 함께 살기 어려운 사람도 치료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요.

이미지 분석 대신 보호소 메모 활용

노출 기준을 정한 다음에는 실제 데이터를 분류할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퍼스트프렌드에서 사용하는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 구조동물 조회 서비스는 동물의 건강 상태를 자세한 항목으로 제공하지 않아, 치료와 돌봄이 필요한 동물을 바로 구분하기 어려웠습니다.

처음 생각한 방법은 이미지 분석이었습니다. 사진에서 드러나는 상처나 이상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현재 서버 자원과 AI 분석에 드는 토큰 비용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계속 들어오는 동물 사진을 분석해야 한다는 운영 부담도 고려해야 했고요.

대신 보호소가 작성한 메모에 주목했습니다. 공공 API의 특징 메모에는 ‘안질환’, ‘기력저하’, ‘치료 중’처럼 상태를 설명하는 표현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 내용을 공공 API와 동기화할 때 검증 필터로 확인하고, 퍼스트프렌드 자체 태그로 저장해 분류하는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병명만 검색하면 생기는 오분류

메모를 활용한다고 해도 병명이 있는 동물을 모두 분류할 수는 없었습니다. 실제 기록에는 ‘파보’뿐 아니라 ‘파보 음성’, ‘파보 완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단어가 들어 있어도 뜻은 반대인 셈입니다.

사고에 관한 메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미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설명을 보고 새끼까지 다친 동물로 분류해서는 안 되겠죠. 그래서 질환이나 부상에 관한 표현과 함께 부정 표현, 치료 경과, 해당 설명이 가리키는 동물까지 구분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리했습니다.

건강 필터 작업 자료에는 이렇게 실제 메모에서 찾은 표현과 예외를 모았습니다. 단어가 등장하는지만 확인하는 대신, 현재 치료나 관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인지 검토하기 위한 자료입니다.

건강 관련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건강하다고 확정하지 않도록 분류도 ‘양호·미확인’과 ‘치료·관리’로 구분했습니다. 기본 목록에서는 치료·관리로 분류된 동물을 제외하고, 이용자가 건강 필터를 바꾸면 해당 동물들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필터 안에만 남겨두지 않기 위한 보완

기본 노출을 줄인 뒤에도 마음에 걸리는 것은 있었습니다. 건강 필터를 직접 열어보지 않으면 치료가 필요한 동물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홈 상단의 주요 기능 바로가기에 ‘양호실’을 추가하려고 합니다. 아직 가제이지만, 월드컵이나 친구 찾기 옆에서 치료와 돌봄이 필요한 동물을 찾아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사진을 보게 하지는 않되, 관심 있는 사람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알 수 있게 하려는 것입니다.

앞으로 보호소가 퍼스트프렌드에 등록하고 연결하면 직접 후원을 받을 수 있도록 확장할 계획도 있습니다. 동물의 치료비를 모으는 펀딩과 치료 과정을 보호소 페이지에서 투명하게 공개하는 기능까지 이어가려고 합니다. 사진을 보고 마음이 쓰인 사람이 실제로 도움을 보탤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종동물 노출 간격도 같은 기준으로 조정

비슷한 고민은 실종동물을 목록에 넣을 때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보호소 동물 15마리마다 우리 동네의 실종동물을 보여줬는데, 지금은 그 간격을 35마리로 늘렸습니다.

더 자주 보이면 동네에서 실종동물을 알아볼 가능성도 생기겠지만, 입양할 동물을 찾는 사람에게는 다른 목적의 정보가 그만큼 자주 나타나게 됩니다. 좋은 취지의 기능이라고 계속 앞에 배치하다 보면, 정작 이용자가 찾아온 목적에 집중하기 어려워질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실종동물을 알리는 기능은 유지하면서 보호소 동물을 살펴보는 비중을 높였습니다. 건강 필터도 같은 고민에서 나온 선택입니다. 도움의 필요성만으로 노출을 정하기보다, 이용자가 퍼스트프렌드에 무엇을 하러 왔는지 기준을 세웠습니다.

결정을 내린 뒤에도 남는 고민

지금도 그 고양이가 마음에 걸립니다. 기본 목록에서 제외하면서 도움받을 기회까지 줄이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지만, 입양을 돕는 서비스로서 무엇을 먼저 보여줄지는 결정해야 했습니다.

생명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입양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오는 곳이 되어야, 아픈 동물과 실종동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입양을 위한 탐색을 우선하되, 치료와 후원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이 친구들을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노출을 줄이는 결정에서 멈추지 않고, 다른 형태의 도움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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